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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새마을 시장 입구. 도보로 편리한 접근이 가능하다.>

 

 

 

 

 

 

"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은 강남 한복판, 5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현대적인 시설에서 편안하게 장을 보고 골목 구석구석 남아있는 레트로 풍경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짧게나마 일탈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떠나자. " 

 

글 _ 김빅토 

 

 

 

 

<신천? 새내? 이름이 뭐예요?> 

 

 

 

잠실새내역 3번 출구로 나와 석촌호수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검은색 간판에 흰 글자로 새겨진 새마을 전통시장 표식을 발견한다. 동네 시장과 달리 모던한 입구 풍경에 한 번 놀라고, 한낮에도 북적북적한 시장 분위기에 두 번 놀란다.  

 

 

 

새마을 전통시장은 잠실 종합개발 프로젝트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들어서던 1970년대 탄생했다. 건설붐에 힘입은 노동자들이 주변을 오가고 인근 주부들이 이곳에서 장을 보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경우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한동안 쇠락의 길을 겪기도 했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통의 위기감이 깔리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당장의 불편함을 마다하고 2년 가까운 설비 공사에 동참한 배경이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한 이들은 일단 전체 폭 6m, 길이 200m에 달하는 천장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날씨에 상관없이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편하고 좋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잠실새마을전통시장
<대형 아케이드와 길 정비로 새마을 전통시장은 둘러보기가 매우 편리하다.>

 

 

 

 

 

상점 간판 디자인을 일원화하고 조명과 통신, 안전시설, 중앙 골목길도 꼼꼼히 손봤다. 그 즈음 프로야구 인기에 힘입어 잠실 야구장과 가까운 시장 맛집들이 블로그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대표적인 서울 잠실의 볼거리로 성장하게 됐다. 

 

 

 

간혹 시장 이름에 대한 해묵은 논쟁도 발생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시장 잘못은 아니다. 새마을시장과 연결된 잠실새내역은 2015년까지 신천(新川)역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초 지역 주민들이 ‘신천’과 ‘신촌’의 발음이 헷갈릴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상 신천동이 아닌 잠실동에 속한다며 역 이름 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사실은 ‘잠실새내-잠실-잠실나루’로 이어지는 권역 조성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리려 했다는 카터라 통신이 더 힘을 얻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내는 신천의 순우리말로 한자 그대로 읽으면 여전히 ‘잠실신천역’이기 때문이다.

 

 

 

<시장 초입에 자리한 오렌지 분식. 대표적인 달인 맛집이다.> 

 

 

 

 

<발에 채이는 생활의 달인 >

 

 

 

볼거리 많고 살거리 많은 새마을 전통시장. 훈훈한 수증기를 풍기는 떡집부터 고소한 냄새의 참기름집, 싱싱한 수산물 가게, 전집과 반찬가게 등 어디를 둘러봐도 푸근한 풍경의 연속이다.

 

 

 

시장 입구 왼쪽에는 아무리 바쁜 사람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무서운 맛이 존재한다.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김오목 대표의 오렌지분식이다. 남편 그리고 딸과 함께 운영 중인 이 작은 가게는 40년이라는 업력을 자랑한다.  

 

 

 

메뉴는 극히 평범한 떡볶이지만 맛은 특별하다. 각종 채소와 과일, 해산물 등 재료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주문 즉시 깨끗한 기름에 갓 튀겨낸 튀김과 끈적하면서도 달달한 국물 맛 떡볶이는 실패 없는 선택이다.

 

 

 

<오렌지 분식의 떡볶이는 구수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김오목 달인은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새마을시장 일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빈터였다고 기억을 회상했다. 실제 지금의 석촌호수를 지나는 송파강과 신천강도 토사가 쌓인 인공섬이 생기면서 탄생한 물줄기이다.

 

 

 

반세기를 지나 주변 모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인공 호수와 공원, 놀이시설까지 대규모 단지가 조성됐음에도 그의 고집은 변하지 않았다. 노력과 정성을 헤아린다면 모둠 1인분에 6,000원이라는 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하다.

 

 

 

 

<매일 떡을 사가려는 손님들로 북쩍이는 명가떡집>

 

 

 

 

 

오렌지분식에서 5분만 걸어 내려오면 이번에는 떡의 달인이다. 누가 오래된 시장 아니랄까봐 달인과 명사가 발에 채는 수준이다.

 

 

 

명가떡집 김남수 대표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60년 가까이 전통을 이어온 이 가게 찹쌀떡은 시장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로 손색이 없다. <생활의 달인>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에서 일찌감치 주목한 가게이기도 하다.

 

 

 

쫀득하고 찰진 반죽과 속을 꽉 채운 팥의 조화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다. 이른 오전부터 떡이 소진되는 탓에 몇 번이고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도 많다. 

 

 

 

 

<살맛나는 도심 속 일탈을 그립다면 전통 시장으로 떠나자.>

 

 

 

 

<맛집 성지순례, 인증 후 돌아갑니다!>

 

 

 

새마을 전통시장은 이제 최신 트렌드와 스토리를 결합한 문화 지구로 각광받고 있다. ‘고수가 빚는 만두’,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깻잎닭강정’, ‘세련된 족발숍’, ‘맥주와 분식을 선보이는 카페’처럼 핫 한 테마의 식당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이는 곧 취향 소비와 인증 문화에 특화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를 끌어들이며 방문객 증대라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졌다. 

 

 

 

 

<동일문 대표 메뉴인 육전과 아란치니> 

 

 

 

 

대표적인 인증 명소는 장수흑염소라는 낡은 간판이 걸린 레스토랑 '동일문'이다. 이곳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4 출신의 최동일 셰프가 2년째 운영 중인 퓨전 다이닝 식당으로 와인, 전통주, 한식 기반의 이채로운 메뉴들을 선보인다.

 

 

 

감각적인 실내 분위기와 빈티지한 소품 때문에 거짓말 조금 보태면 유럽 같다는 후기도 많다. 모르는 사람은 장수흑염소 간판을 보고 의아해 하지만, 최 셰프는 손 댈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새로운 식당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실물을 보기도 전 제 마음에 안들거라고 확신하더라고요. 막상 저는 보자마자 ‘아, 여기다’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웃음) 장수흑염소라는 간판과 건강원이었다는 과거도 좋았어요. 건강하고 신선한 메뉴 그리고 내부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공간을 꾸미고 싶었죠.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요.”

 

 

 

 

 

2022.06.16 - [Review _ 빅토픽/공간&경험] - 감성 그 이상의 공간, 동일문

 

감성 그 이상의 공간, 동일문

작년 겨울 새마을시장 취재 때문에 방문한 동일문. 처음에는 흔한 인스타 맛집인줄 알았는데 취재 다녀온뒤 반해서 개인적으로 또 다녀온 맛집. 내 기준 한국에서 아란치니는 정말 여기 따라갈

victoriakim916.tistory.com

 

 

 

 

 

일각에서는 도시 재생을 이유로 전통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예측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 고유함을 잃어버리고, 건물 임대료만 치솟는 그간의 사례도 뼈아프다.

 

 

 

최동일 셰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외식업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도 없어요. 흥망성쇠 시스템도 비슷하고요. 저는 너무 노력만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 위주로 함께 즐기는 공간이라면 앞으로도 가능성은 무한하지 않을까요?”  

 

 

 

 


 

 

[INFO]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

 

  • 주소_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24
  • 영업시간_ 10:00~22:00(매주 화요일 휴무)
  • 문의_ 02.2203. 4949

 

 

명가떡집

 

  • 주소 _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7
  • 영업시간_ 06:00~20:00
  • 문의_ 02.416.9669
  • 메뉴 찹쌀떡 1개당 1,500원~

 

 

오렌지분식

 

  • 주소_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24(시장 입구 왼쪽)
  • 영업시간_ 09:00~21:00(매주 화요일 휴무)
  • 문의_  0507.1405.2245
  • 메뉴 모듬(떡볶이, 순대, 튀김)1인분 6,000원, 라면 4,000원, 김밥 3,000원

 

 

동일문

 

  • 주소_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17길 38
  • 영업시간_ 17:00~22:00(매주 화요일 휴무)
  • 문의_ 02.417.0719
  • 메뉴_ 제육 아란치니 15,000원, 육회 아보카도 타르타르 28,000원, 들기름 봉골레 파스타 23,000원
  • 인스타그램_ @bigbites_dongilmoon

 

 

깻잎닭강정

 

  • 주소_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13
  • 영업시간 _매일 11:00~ 22:30
  • 문의 _ 0507.1403.1770
  • 메뉴 _ 양념닭강정 소 6,000원, 대 11,000원

 

 

 

파오파오

 

  • 주소 _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12길 22
  • 영업시간_ 10:30~21:30(매주 월요일 휴무)
  • 문의 _ 02.412.9198
  • 메뉴 _고기만두 4,000원, 김치만두 4,000원, 새우만두 6,000원
  • 인스타그램 @ paopaomandoo

 

 

 

 

 

*2021년  여행매거진  <MOVE>에 게재된 개인 원고를 수정한 포스팅입니다. 무분별한 복제 및 재가공은 법으로 처벌받거나 벌금형에 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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